(시험대상, 이라고 해서 이 집에 갇혀 있긴 하지만…)
(나, 이대로 이곳에서 나갈 수 없는 걸까…)
“저기, 삼월군…”
“…”
“저기…?”
“시끄럽네, 뭐야.”
“너 따위를 위해서 일부러 쥬스까지 내준거니까, 그거라도 마시고 조용히 있어.”
(말을 걸어도, 계속 이 상태…)
(이대로 이곳에 있으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역시 틈을 봐서…)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 게 좋아?”
“!?”
“어떻게 알았냐는 얼굴이네. 바보가 생각하는 것 정도는 바로 안다고.”
“게다가…”
“네가 지금 마시고 있는, 그 쥬스…”
“설마… 쥬스에도 뭔가 탄거야!?”
“하하, 이제 와서 눈치 챈거야?”
“바보라고나 할까 경계심이 없다고나 할까… 받은 쥬스를 보통, 의심도 안하고 마시나?”
“이번엔 무슨 약을…”
“후훗… 알고 싶어? 좋아, 알려주지.”
“그 쥬스에 탄 건, 이 집에서 나가면, 그 순간…”
“…순간?”
“하하핫. 그렇게 알고 싶으면, 직접 실험해 보는게 어때? 지금이라면 도망치게 해주지.”
“흐~음… 도망치는구나. 정말로 바보네, 너는.”
(열쇠가, 걸려있어…!?)
“네가 어떻게 하든, 난 별로 상관 없지만…”
“집을 나간 순간… 콰~앙!! 이야. 괜찮아?”
“…!!”
(폭발해 버리는 약!? 그런 게 있어?)
“어라, 도망치는 건 그만 뒀어? 후후, 똑똑한 부분도 있네.”
“그래그래. 나한테 도망치려는 생각조차 하지 마.”
“너는 내 손 안에서 농락당하고 있으면 돼.”
“그런데…”
“널 놀리고 있을 여유 따위 없어. 실험을 시작하지 않으면.”
“시, 실험…?”
“안심해. 이제 약을 먹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 일단은… 손톱.”
“…에?”
“손톱을 이리 내. 하나하나 말하지 않으면 모르겠어?”
“별로 손톱을 뽑으라는 건 아냐. 끝 쪽을 주면 돼.”
“그리고, 그 다음은 머리카락이야. 이 쪽도 한 가닥이면 돼.”
“자, 빨리 넘겨. 거기에 가위가 있잖아.”
“네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는 약을 먹이겠어.”
“어째서 그런 약을 만드는 거야…”
“킹에게 부탁받았어. 어차피 괴롭히기 용이겠지.”
“그래서, 할거야? 안 할거야?”
(…조금으로 괜찮다면, 스스로 하는 편이 좋겠지…)
“…이 정도면 돼?”
“후후, 너도 사리분별은 할 수 있게 되었군.”
“이걸, 각각의 시험관 안에 넣어서…”
(손톱과 머리카락이 들어간 시험관 안의 투명한 액체에서 거품이 일고 있어…)
(…!? 굉장한 색이 됐다!)
“좋아, 됐어!”
“바로 시음이다. 으음…”
(저런 색의 액체, 마셔도 괜찮은 걸까. 독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
“…”
“…젠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또 실패인건가!!”
“아―아… 젠장!”
“어째서야… 아작아작… 어째서 변하지 않냐고… 아작… 아작.”
(또 약 같은 걸 먹고 있네…)
“뭐가 잘못된 거야… 아작아작…”
“…뭐야. 뭘 보는건데?”
“저기…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약… 그렇게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하아?”
“저기 말야… 좋은 기회니까 말해두지. 잘 들어 둬.”
“나한테, 명령, 하지마.”
“…알았어?”
“내가 만든 약이 몸에 나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주제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내가 걱정이 돼…? …너 말야, 네 입장을 모르는 거구나. 네 일이나 걱정하는 편이 좋아.”
“애초에, 난 너에게 걱정될 정도로 몰락하지 않았어.”
“하지만… 맛있지 않잖아? 약이라니…”
“됐다고, 맛 따위.”
“어차피… 나는 뭘 먹어도 맛있음 따위 느끼지 못해.”
“에…?”
“인간이 되기 위해… 몇 백, 몇 천번을 약을 만들어서, 전부 내 몸으로 시험해 와서 말야.”
“덕분에 미각따위, 진작 옛날에 미쳐있어.”
“어차피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다면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잖아?”
“…삼월군…”
“말해두겠지만, 네가 맛있다는 건 아니니까, 자만하지마!”
“…있지. 어째서 그렇게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 따위… 동경할만큼 좋은 게 아닌데.”
“그건 네가 인간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런가…)
“아스카 있잖아, 나쁜 애는 아니지만 뭔가 보다 보면 짜증날 때 있잖아.”
“일단 친구기도 하고, 면전에 대고 말할 수는 없긴 하지만, 꽤 짜증날 때 있지―.”
(…싫은 일을 떠올려 버렸다)
(인간이 되어도, 좋은 일 따윈 없어. 결국 모두, 데면데면한 인간관계일뿐인걸)
“뭐야, 입 다물어 버려선. 뭐 너와 논쟁 따위 할 생각은 없어. 나는 연구하러 돌아간다.”
(인간 따위는… 역시, 동경할 만한 존재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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