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삼월토끼(2)

(삼월토끼의 집 안으로 갑자기 끌려 들어와 버렸지만…)

“젠장… 모자장수 녀석, 다음에는 꼭 혼쭐을 내주겠어… 아작아작^[각주:1].”

“그렇지! 차 안에 수면약을 넣어서 자고 있는 동안에 자랑하는 모자를 전부 엉망으로 만들어 줄까.”

“진흙탕 안에 푹… 좋아. 하핫… 그게 좋겠어. 모자 콜렉션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 같으니까!”

(내 존재,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저기…”

“아아, 있었나.”

“있었나, 가 아니야. …여기는, 대체…?”

“내 연구소야. 그런 것도 모르는 건가?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알 텐데.”

(주위…)

(벽에 나란히 있는 수상한 시험관, 선반엔 어려운 문자가 적힌 약병… 분명 연구소 같아…)

(그러고 보니 모자장수씨가 말 했었나. 삼월토끼는 약에 정신이 팔렸다고)

(이건… 무슨 약이지? 굉장한 색이네…)

“그쪽 선반에 손대지마!”

“…미, 미안해. 희귀한 병이 많이 있어서.”

“너는 호기심만으로, 앞뒤도 생각 안하고 손을 대는 건가? 결과도 상상 안하고?”

“하아… 바보 아냐? 너처럼 바보 같은 생물을 본 적이 없어. 도마뱀이나 개구리 이하야!”

“정말, 모르겠다. 내 약에 마음대로 손 댄 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이라던가 절대로 안 질거니까!”

“내 약…? 있지, 삼월… 군은 의사야?”

“하아? 삼월군? 제법 버릇 없는 호칭이네. …뭐 상관 없지만.”

“내가 의사라고? 의사는 그거잖아. 남의 안 좋은 부분을 치료해 주는 녀석이지.”

“흐ㅡ음… 아작아작아작… 많은 약병, 그리고… 이, 대량의 알약.”

“그걸로 의사가 아닐까 추측했다는 건가? 바보가 나름 고민했나 보네.”

“유감이지만, 이 세계에는 의사 같은 건 존재 안 해.”

“그러면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에는 어떻게 해? 치료하지 않아?”

“병? 상처? 치료? 아작아작아작… 응, 그것도 뭔가 본 적은 있네.”

“날카로운 칼로 신체를 잘라 열거나, 또 봉합하거나… 그렇지, 바늘을 팔에 찌르기도 했었지.”

“인간이란 건 이상한 녀석들이야, 정말. 그렇지 않으면 넌, 그런 걸 좋아하는 건가?”

(좋아 한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의사라고 해도 누구를 치료 한다던가, 그런 자선사업을 내가 할거라고 생각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아아, 원래 머리가 나쁘니까 너는 그 정도의 발상밖에 떠오르지 않는 거군.”

(그저, 의사인가 물어 보기만 했는데 왜 여기까지…)

“정말 유감이네…”

“유감이지만, 여기는 바보를 낫게 하는 약은 없어. 즉 너는 지금부터 앞으로도 쭈―욱… 바보.”

(읏… 뭐야, 아까부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그런 말까지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럼, 관찰은 이제 됐나.”

“자.”

“꺄앗! 차, 차가워… 뭐야!?”

“그 약을 네 신체로 시험하는 거야. 원했던… 원했던 새로운 약을 겨우 만들었어!”

“네가 예정보다 빨리 오거나 하지 않았으면 좀 더 빨리 완성 했을텐데 말야. 정말, 불필요하게 시간만 들었잖아.”

“그래도, 후후… 드디어, 만들었다…!”

“이 약… 뭐야…?”

“불안해?”

“당연하지! 갑자기, 이런――.”

“킁킁…”

(읏, 내 말은 듣지도 않잖아!)

“슬슬 적당한 때려나.”

“뭐, 뭐가…?”

“시끄러워… 움직이지 마.”

“…!?”

“킁킁, 킁.”

(싫어, 부끄러워…! 이렇게 얼굴을 가깝게 하면…!)

“안 좋은 걸 낫게 해주는게 의사라고 아까 말했잖아? 낫게 하는거야, 이제부터.”

“나는 그런 거 부탁한적 없어! 별로 안 좋은 데가 있지도 않아…!”

“누가… 킁킁, 너를 낫게 해준다고 했지?”

“유감, 치료되는 건 나야! 나는 나의 안 좋은 부분을 낫게 하는 거야. 너의 신체를 써서… 후훗.”

“내 신체…? 그건 무슨 의미야…?”

“됐으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말 했잖아.”

“너 같은 바보가, 내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평을 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군.”

“그럼, 어른스럽게… 너도 내 약의 일부가 되면 돼.”

(나, 어떻게 되는 거야…?)

 

1. ボリボリ.약 씹는 소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