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오늘의 청소 끝! 응, 여기의 청소도 제법 익숙해졌네.”
(부탁 받았던 건 전부 끝났고, 따로 할 건 없는지 검은토끼한테 물어볼까나)
“…아작아작…”
(아…)
“검은토끼. 또 물어 뜯고 있어, 손톱.”
“에? …아, 정말이다. 모르고 있었어.”
“뭔가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아니, 그런거 아냐. 정말로 무의식적으로 한거야. 습관은 낫지 않는거구나.”
“조심해야지… 손톱이 너덜너덜해진다구.”
“그렇네, 다음부터 조심할게.”
(하지만, 벌써 너덜너덜해… 아프지 않으려나)
(역시,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물어 뜯고있는거구나…)
(…응?)
“그러고 보니…”
“뭔데?”
“검은토끼… 최근, 죽고 싶다고 말하지 않게 됐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죽고 싶지 않아졌다… 라던가?”
“…아니…”
“…오히려, 왜 그렇게나 죽고 싶어 죽고 싶어라고 말했던 걸까? 나는.”
“에…?”
“분명히, 나는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 검은 털이 싫어서… 죽을 수 없는 게 괴로워서…”
“하지만… 많은 방법을 시도해서, 죽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 지금까지도 꽤, 여러가지 시험해 봤었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질리지도 않고 죽으려 했어. 너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도 그랬었지?”
“…그러네. 죽어주지라고 말하면서,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었어.”
“아아. …사실대로 말하면, 저기서 뛰어내리려 했던 건, 벌써 전에도 있었어.”
“에…!”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그 때, 뛰어 내려도 죽지 않는다는 건 사실 알고 있던거야.”
“…이상하네. 그렇다면, 왜 나는 매일같이 죽는다고 떠들어댔던 걸까?”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정말. 하지만… 죽을 수 없다는 것도, 검은 토끼는 알고 있었어)
(보통이라면 분명히 단념해서, 죽는다는 생각은 없어지지. 하지만 검은토끼는 달랐어…)
“왜인지는… 모르는거야?”
“그러네. 나도 잘 모르겠어. …이렇게 제대로 생각해 본 것도, 이제까지 없었고.”
“…하지만, 일단 지금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단 거지? 죽는다는 건.”
“말하지 않기는 하지.”
“…다행이다.”
“…? 왜 네가 안심하는거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나는 검은토끼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안심했어.”
“…뭐야, 그게. 이상한 녀석이야. 아작아작…”
“앗, 또!”
“…아…”
“정말… 차라리, 장갑이라도 끼는게 어때? 물어 뜯지 못하게.”
“거추장스러워서 싫어.”
“…맞아.”
“에?”
“네가 이렇게 쥐고 있어주면, 물어 뜯지 않게 되잖아?”
“만약에 물어 뜯어도, 네가 아파하니까 바로 꺠달아서 멈출거고. 그치, 좋은 생각이지.”
“내가 아픈거잖아…”
“…있지. 너덜너덜해졌는데, 아프지는 않아?”
“안 아파. 벌써 나았고.”
“그렇다고 해도 너의 손, 정말 따뜻한데.”
“검은토끼의 손은 조금 차가워.”
“네가 너무 따뜻한거 아냐? 토끼의 체온은 높은걸?”
“하지만… 따뜻하고, 손톱도 물어 뜯지 않아도 되고. 일석이조네.”
“…먹을 때도 생각했지만, 너의 손, 꽤 좋아해. 따뜻하고, 부드럽고, 맛있고.”
“지금도… 이렇게 작은데, 뭔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일까… 이렇게 만지고 있으면, 진정돼.”
“…있지. 조금 더 이대로 있자. 괜찮지?”
“…좋아. 하지만, 물어 뜯지 않게 조심해줘?”
“물어 뜯는거는 무의식적이라고 말했잖아. 그건 약속 못해. …하지만, 노력해볼게.”
“이 손이 너덜너덜해 지면… 나도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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