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검은토끼(10)

 

“…후읏… 음… 읏.. 하아… 읏… 음…”

“읏… 음…”

(지금, 몇시인거지… 오늘은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하지만, 검은토끼에게 닿아 있으면 뭐가 어찌됐든 좋아 버리게 돼)

 

“어이. 이쪽 봐.”

“…응…”

“왜 그래. …지쳤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하지만, 그만두지는 못해. 아직 부족해.”

“방금까지 쭉 먹었는데도…?”

“아아… 보통은 먹으면 배불러져서, 만족해 끝이지만…”

“너는, 먹으면 먹을수록… 좀 더 먹고 싶어져서 신기해. 왜 그런거지…?”

“…”

“…왜 그래?”

“…신기한 건 나도야.”

“쭉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은, 죽고 싶지 않아.”

“그치만 죽는다면, 이렇게 너를 먹는 것도 할 수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지금 죽는 건 아까, 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

“…뭐야, 그 반응. 너도 나한테 먹혀지지 못하게 되면 곤란한거겠지?”

“먹고 먹을 수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검은토끼가 없어지면 외로워.”

“…!”

“당연하잖아, 그치만…”

“…너… 날 부추기는거야?”

“에? 그럴 생각은…”

“젠장! 슬슬 쉬게 해주려 했지만, 그만두겠어.”

“좀 더 먹겠어. …알았어?”

“음… 음, 읏…”

(어, 라…?)

(검은토끼… 뭔가 먹는 방법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나…?)

(…여전히 무리하게 할 때도 있고, 그다지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처음처럼 그저 먹고 싶다고 하는 느낌이 아니라, 나에게 신경써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건 내 기분 탓은 아니겠지…?)

“…어이. 너, 지금 다른 생각했지?”

“다른 일이라고나 할까… 검은토끼의 먹는 방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해서…”

“부드러워져? 핫, 그럴리가 없잖아! 자만하지마.”

“쓸데없는 것만 말하는 입은… 역시 먹어주지… 쪽…”

“…읏.”

“…음… 후웃… 음…”

(뭔가, 나…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 검은토끼에게 먹히는게 싫지 않아…)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달콤함도 맛있는 맛도, 먹으면 먹을수록 진해져…”

“…역시 신기해, 너는.”

“있지, 팔을 줘. 다음은 팔을 먹어줄 테니까…”

“이 부드러운 부분을 씹으면 어떤 맛이 날까… 으음…”

“음, 하앗… 엄청 부드러워. 부드러워서, 과일처럼 수분이 가득해… 읏…”

“참을 수 없어… 으음… 웃.”

“아앗…! 읏… 잠깐, 기다려…!”

“안 기다려… 으음, 음…”

(읏…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은데, 이 이상 움직이면 침대에서 떨어져…!)

“좀 더… 좀 더 아래 쪽도…”

“읏…!! 여, 역시 좀 기다려!!”

 

“앗…!”

“아팟!!”

(우우, 역시 떨어졌다… 그래도, 일단은 멈춰 줬어…)

“읏… 뭐하는 거야, 너!”

“미, 미안, 하지만…!”

“에?”

“아?”

(나, 지금, 뭔가 손으로 부셔――…앗!)

(검은토끼의 회중시계…! 거짓말, 깨져버렸어…!)

“어이, 괜찮아?”

“미, 미안해! 이거, 내가, 검은토끼의 회중시계를…”

“시계…? 아, 떨어졌을 때 주머니에서 빠져나왔나.”

“어쩌지. 유리도 산산조각 나고, 바늘도 부러져버렸어… 소중한 거라고 말했는데…”

“…”

“정말 미안해. 내가 부주의해서…”

“…별로 사과하지 않아도 돼. 말하자면, 나도 시계가 떨어졌는데 알아채지 못했고.”

“소중한 시계, 인거지…"

“뭐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돼도 좋아.”

“에?”

“그런 것보다, 좀 더 너를 먹게 해줘. 자, 이쪽으로 와… 음.”

“읏, 음… 그렇게 됐는데. 괜찮은거야…?

“괜찮다고 했잖아. 나한테 있어서 이제는… 사소한 일이야. 지금은 그것보다 좀 더, 중요한…”

“…쪽… 으음.”

(정말 괜찮은걸까… 소중하게 여겼었는데…)

“…어이. 내가 이제 됐다고 했잖아.”

“됐으니까 지금은… 내 일만 생각해. 으음…”

“지금의 나에게는 시계보다… 이 쪽이, 더 중요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