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오늘의 청소는 이걸로 끝.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는 여러가지로 당황했었지만)
(이런 일과가 생기면, 의외로 익숙해져버리네. 그런 의미에서 검은토끼한테 감사할지도)
“어이, 청소는 끝난거야?”
“응. 홍차라도 끓일까?”
“그래.”
“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
“아, 어이! 차에 곁들일 과자는―.”
“산딸기 파이가 좋겠지?”
“!? 아, 알고 있으면 됐어.”
(후후. 최근에 검은토끼도 어딘지 알기 쉬워졌네)
(뭐, 매일 함께 있으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때, 맛있어?”
“그럭저럭.”
“어중간한 대답…”
“제멋대로인 녀석이네. 모자의 다과회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어. 이걸로 됐지?”
“미묘… 하지만, 뭐 좋아.”
“…뭘 히죽히죽 거리는거야.”
“그치만 칭찬해줘서 기뻤으니까.”
“그것 뿐이야? 하아… 느긋하네, 너는. 고민 따위는―.”
“…”
“있지… 너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거야?”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는 여기 올 때, 나를 봤던 거잖아? 제일 처음으로.”
“그리고 나를 쫓아서, 이 세계에 오게 됐지.”
“그렇게 와 버릴 정도로, 원래 살던 세계에는 싫증이 났다는 거잖아?”
“그렇게나 싫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는 생각해본적 없어?”
(죽고 싶다고 생각한적…)
“으―응. 무의식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 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을까나.”
“왜지?”
“왜라니…”
(…확실히, 현실의 하루하루는 무료했지. 싫고 싫어서 어쩔 수 없는 일도 잔뜩 있었어)
(그렇지만… 그래도 검은토끼처럼 죽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건, 어딘가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살아 있다면… 이라고 말하면 과장됐지만 분명, 아직 내가 모르는 즐거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나는… 믿고 있던거라고 생각해, 분명 누군가가 내 세계를 바꿔 줄거라고. 그러니까 죽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걸까나?”
“핫, 뭐야 그거. 너무 남의 힘에 의존한 이야기 아냐?”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믿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날, 네 뒤를 쫓아 갔던 거야.”
“너의 뒤를 쫓아 가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의…?”
“처음에 이 세계에 왔을 때는, 불안하고 무서워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때 너의 뒤를 쫓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검은토끼와 함께 있는 것도 즐겁고.”
“…”
“뭔가… 별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나?”
“정말 그렇다고.”
“…어이, 먹게 해줘.”
“하?”
“너를 먹게 해달라고 말하잖아. 지금 당장.”
“엣? 어, 어째서 갑자기.”
“됐으니까, 빨리!”
(호, 혹시 초조해진건가? 나, 또 뭔가 비위에 거슬리는 말 해버린건가…)
“저기, 미안해. 나 또―.”
“사과하지 마.”
“…틀려, 너의 탓이 아니야. 너는… 관계 없어.”
“그럼 왜 갑자기…”
“그저 내가, 너를 먹고 싶어졌어. …그 뿐이야.”
“그게 아니면, 초조해 할 때 외에는 너를 먹으면 안 되는거야? 그런 건 정해져 있지 않았잖아?”
“그, 그건 물론 그렇지만…”
(그치만, 지금까지는 주로 초조해할 때 강요해왔었는데…)
“됐으니까, 자… 음…”
“…읏…”
“…최근 너무 과식했으니까 가끔씩은 이렇게… 음, 후… 쪽.”
“차분히 맛보면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늘은 특별히, 너의 의견도 들어주지. 어디부터 어떻게 먹어주길 원해?”
“그런, 나는 원하는 거라거나―.”
“없다고? 내가 억지로 몰아붙이니까 어쩔 수 없이 먹혀지고 있다, 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너도 기분 좋은 주제에. 인정하는게 무서운거야?”
“아까는 본심이 나왔었잖아? 나와 있으면 즐겁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그, 그건… 먹히는 걸 말한게 아니고…”
“그럼 뭔데.”
“그, 건…”
(그냥 함께 있을때도 즐겁, 지만… 믿어주지 않으… 려나…)
“…솔직하게 말해.”
“말할 수 없다면… 이 입은 필요 없겠지? …음…”
“읏…!”
“음, …후우…”
“…니시싯. 눈이 녹아 내리고 있다고?”
“역시, 여기가 좋은건가. 다음은…”
“앗…!”
“목덜미도… 뭐야, 앞가슴도? 혹시 어디라도 좋은 거야?”
“니시싯… 좋아, 알았어. 오늘은 몸 한군데 빠짐없이… 너를 먹어 치워주지.”
“…음… 하암…”
“읏…”
“더욱 더 잘 해 주겠어. 그러니까 너는… 이대로 조용히 나한테 몸을 먹히면 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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