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삼월토끼(11)
“…저기.”
“…”
“삼월군. 그렇게 텔레비전이, 재밌어?”
(연구할 때 외에는 텔레비전만 보네. 거리의 풍경, 재미 없는 예능… 그리고 지금은 이름도 모르는 B급 영화)
“시끄럽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이 세계에 있는 것들이 훨씬 재밌고, 질리지도 않잖아? 그런데 텔레비전만 보니까.”
“…하아.”
(한숨이나 쉬고, 드물게 무기력한 얼굴이네…)
“혹시 지친거야?”
“시끄럽네, 조용히 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너 상대로 독설 할 힘도 없어.”
(벌써 독설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를 손에 넣어서, 드디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잖아.”
“…그렇게 인간이 되고 싶어?”
“또 그 질문이야?”
“하지만 말해주지 않으니까…”
“말 해봤자, 어차피 네가 알 리가 없지.”
“그런… 말 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잖아.”
“아니, 몰라. 어차피 너는 아무 노력도 없이, 인간으로 태어났으니까.”
“그런 네가 내 생각을 알리가 있나.”
“아무 노력도 없었다고…”
“사실이잖아? 그게 아니라면 넌 인간이 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지?”
“그건… 하지는 않았지만…”
“흥. 좋겠네, 너는. 그냥 멍청한 얼굴로 태어나서. 그것만으로 인간이 될 수 있었을 테니까.”
“바보라니…”
“그 애 바보같지―. 나라면, 절대 저런 일 안 했을텐데. 그치, 아스카?”
“…응… 그러네.”
“…”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언제나 남과 자신을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우위에 있는 걸 찾아서, 그걸로 우월감에 차려고 해.”
“자기보다 밑에 있다는 걸 확인해서 안심하고… 으응, 그렇게 하는 걸로 불안을 숨기고 살아가는 거야.”
“너도 그랬다는 건가?”
“…그러네. 나도 친구도――.”
“…친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땠을까나.”
“…그저, 비하할 상대를 원했던 걸지도 몰라. 그 애도, 나도.”
“…”
“…그렇지?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좋은 건 아니지.”
“인간은 모두 교활하고, 더럽고… 만약 인간이 되어도, 분명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
“…아까부터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건 네가 인간이니까 말 할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말하자면, 그런 건… 어리광이다. 어. 리. 광. 인간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그게 아니면,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바보인건가?”
“또 바보, 바보, 바보라고… 모처럼 충고해 줬는데!”
“뭐가 충고야. 당연하듯이 주어진 환경이 불만만, 잔뜩.”
“읏… 뭐야! 그건 삼월군이 하는 짓이잖아!”
“하? 내 어디가?”
“내가 말하자면, 자극적이고 질리지 않는 이 세계 쪽이 훨씬 좋아!”
“그런데도 인간이 되고 싶다, 되고 싶다…”
“나는 불만만 잔뜩 말하는 너랑은 달라. 나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상한 약을 써서? 거기에 말려드는 나한테는 폐를 끼치는 거야!”
“…읏! 인간 주제에 잘난듯이 입을 놀리지마!”
“인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 머리만 큰 토끼야!”
“뭐라고!? 너야말로,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너나 나한테 명령하지 마, 자기가 말하는 것만 들으면 된다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니 말해주지…! 너, 머리만 나쁜 줄 알았더니 성격도 최악이야!”
“성격 삐뚤어진 삼월군한테 최악 같은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아아, 이제 됐어! 이제 네 얼굴 따위 보고싶지 않아! 나가! 지금 당장!!”
“말 안해도, 나갈거야!”
(사람이 모처럼…! 이제 됐어, 몰라!)
(에, 문이 잠겨져 있잖아! 정말, 뭐야!)
“잠깐! 문이 잠겨 있으면 나갈 수가――!”
“…에?”
“…”
“뭐, 뭐야…? 그런, 쓰러진 척 해도 소용 없어…”
“…”
“잠깐… 쓰러진 척이… 아닌 거야?”
“삼월군? 삼월군! 어떻게 된 거야!?”
“장난이라면 그만 둬! 심하게 말한 거라면 사과할 테니까…!”
“…”
“삼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