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삼월토끼(5)
“…아직? 아직인가…? 이 약의 효력은 이런 건가?”
“설마, 실패작인건…”
(…실패작이길)
“너… 지금, 안심했지. 약의 효과가 없어서, 안심했지?”
“그, 그런 건…”
“후훗, 유감이야. 약의 효과가 없다면…”
“이제 됐어… 기다릴 필요도 없지. 직접, 너를… 먹어주겠어.”
“엣?”
“일단 그… 가늘고 흰 목덜미부터 맛을 볼까?”
“아니면 부드럽고 맛있어 보이는 팔부터인가… 어느 쪽이길 바라지?”
“그런, 어느 쪽도 싫은 게 당연하잖아. 먹는다니… 어째서…”
“어라, 떨고있어? 아~아,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음…”
“…읏.”
“너의 눈물을 조미료로 해서… 일단 그 목덜미부터 맛을 보도록 할까.”
“맛 보다니… 그, 그만둬…!”
“이제… 멈추지 않아. 너를 잔뜩 맛 보기 전까지는…”
“목덜미를… 으음…”
(읏… 거짓말, 목을 깨물어졌어…!)
“봐, 이렇게 맛있… 응?”
“…우읏…!?”
(에?)
“우에에엑…! …콜록, 콜록…”
(토, 토하고 있잖아…!? 설마, 나를 먹어서?)
“저기… 괜찮아?”
“콜록… 뭐야 이 맛은… 우욱… 아직 입 안에 이상한 맛이 남아있어.”
“윽.. 너! 앨리스!!”
“앨리스는 유일무이의 존재잖아!? 이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거 아니었어!?”
“근데 뭐야, 이 맛은! 완전 맛없어!! 약을 뿌렸는데 아직 맛없어!! 어째서야!”
“그런 걸 나한테 말해도…”
“애초에, 나는 앨리스가 아니야. 아스카라는 이름이 있는데…”
“시끄럽네! 네 이름따위가 뭐든 상관없어!”
“젠장…”
“피부를 깨문 것 만으로 이래서야, 간은, 도저히 먹을만 한게 아니겠구나…”
(가, 간!?)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맛이 없다니…”
“인간으로의 길은 그렇게까지 힘들고 어렵다는 건가…?”
“인간? 있지, 지금…”
“분명 책에 쓰여져 있었는데. 인간의 어떤 부위를 섭취하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섭취…? 즉 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간을 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니, 들어본 적 없는데…”
“나라고 확증이 있는건 아니야. 중요한 부분은 문자가 번져서 읽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생간이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지? 그래서 일단 먹어보려고 생각한거야.”
(그딴 이유로 먹히고 싶지 않아!)
“모처럼, 신선한 상태의 간을 꺼내는 약을 필사적으로 조제했는데… 뭐냐고, 그 맛은.”
“…기다려. 아까 나한테 뿌린 약이란게.”
“지금 와서 깨달았어? 역시 바보네, 너는.”
“하아… 모처럼 이상한 나라의 주민이 아닌, 인간이 떨어져 왔는데. 뜻하지 않은 착오였어.”
“너나 체셔고양이는 그렇다 치고, 모자장수씨랑 킹은 인간이 아닌거야?”
“그건 이 세계의 주민이다. 인간이랑은 조금 달라.”
“만약 인간이었다 해도 먹고 싶지도 않고. 저런 미친 놈들의 간따위를 먹으면, 나까지 미쳐버린다고.”
(이 세계에 있는 사람은 모두 예외없이 미쳤다고 체셔고양이가 말하긴 했지만 말야…)
“그러니까 진짜 인간인 네가 왔다고 들어서, 드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렇게 심한 맛일줄이야…”
“이래서야, 무리해서 먹어도 효과는 기대할 수도 없겠어… 하아…”
“…”
(…뭐, 뭐야? 노려보고 있어?)
“…네 탓이야, 전부.”
“나? …내가 나쁜거야?”
“그래! 네가 맛 없는 게 나빠!”
“아아, 아아!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해! 연구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인간이 되고 싶어?”
“벼, 별로 되고 싶은 게 아냐! 그저 실험의 목적으로, 우연히… 그래, 우연히다!”
“네가 부럽다던가 생각하지 않아! 전혀, 요만큼도! 착각 하지마!?”
“하지만, 되고 싶은거지?”
“그거야, 될 수 있다면… 아니, 아니야!! 그러니까 실험목적이라고 말했잖아!?”
“젠장, 다음에 또 이상한 걸 말하면 실험대상으로 할 테니까!! 기억해둬!”
(생간을 꺼내기 위한 실험… 그건,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즉… 삼월군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거네? 그런데도, 이렇게나 부정하다니…)
(삼월군은, 실은 꽤나 귀찮은 성격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