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검은토끼 앨리스 엔딩

“하아, 하아…!”

(지금까지 쭉, 뛰기만 했어..!)

“읏… 이제, 안돼…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

“젠장, 어쩔 수 없네.”

(앗, 검은토끼에게 안겨졌어!?)

“이런 곳에서 쉬고 있을 여유가 없어. 킹에게 따라 잡혀버려. 놓으면 떨어진다!”

(빠, 빨라!! 무서울 정도로 빨라!)

(그렇구나, 지금까지는 내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줬던 거구나…)

“하아, 하아, 하아…”

“괘, 괜찮아?”

(나를 안고서 이 속도로 달린다면, 지칠만 하지…)

“괘, 괜찮은 게, 당연, 하잖아…”

(어쩌지, 역시 어디서 쉬는 편이…)

“…!”

“어이, 있다! 저기다!!”

“찾아냈다고!”

“어, 어쩌지…!?”

“도망칠 수 밖에 없어!”

“검은토끼! 날 안은 채로는 무리야!”

“너를 두고 가면 의미가 없어! 됐으니까 조용히 해!”

 

“발－견.”

“킹…!”

“검은토끼, 너 혼자라면 분명 도망칠 수 있었을텐데~. 거추장스러운 게 달려있어서 말야.”

(맞아… 내 탓, 인거지…)

“…네 탓이 아니니까.”

“에…?”

“나는 너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어. 혼자서 도망친다면 의미가 없다고!”

“검은토끼…”

“흥, 바보들. 어이, 빨리 붙잡아라!!”

“검은토끼…!”

 

“하앗… 하아… 젠장!”

“날뛰어도 쓸모 없어. 단단히 구속해 두었으니까. 좋은 꼴이네, 검은토끼.”

“킹…!”

“뭐야. 내가 아스카와 함께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나 보네?”

“아스카를 쓴 놀이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처형하면 일순간 일거고, 그러면 재미가 없지.”

“놀이…?”

“그래, 앨리스. 너는 이제부터 나의 것으로 하겠다.”

“뭐… 라고!?”

“젠장, 그만 둬!! 그런 일… 용서 안해!!”

“아하핫, 용서 안한다고? 구속돼 있는 네가 대체 뭘 할 수 있다는거지?”

“손가락이나 빨면서 지켜 봐. 남이 자신의 음식을 빼앗는 것을 말야.”

“그만둿…!!”

“그러면… 음식의 맛은… 어디.”

“읏… 싫어! 그만둬!!”

“…읏!?”

(검은토끼가 아닌 사람에게 먹혀진다니… 절대 싫어…!)

“…너… 이 나를 밀친거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에게 거역해대고…! 여기는 내 나라라고!? 킹에게 거역하는 거냐!”

“읏… 도망쳐, 아스카…!!”

“모처럼 인정을 베풀려 했더니. 생각이 바뀌었다.”

“좀－더 재미있는 걸 생각해냈어. 너희들은…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꼴을 당하게 해주지.”

 

그때부터 우리들은, 킹의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감옥은 내가 혼자 있었을 때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탈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와 검은토끼는 같은 감옥에 넣어졌다. 함께 있을 수 있다 하면 듣기에는 좋은 것 같지만…

그것은 킹의 계략이었다. 우리들을 더욱 괴롭게 하기 위한...

－－오늘도 킹은, 검은토끼를 끌고,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데리고 나간 후에 어떤 일을 당하는지, 나는 모른다.

검은토끼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어가는 상처와 멍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정말, 귀찮게 하고 있군. 자!”

“내던지다니…! 이렇게나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이렇게 옮겨주기라도 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

“검은토끼…!”

(너무해… 또, 상처가 늘었어…)

“우… 아…”

“으, 응? 뭔가 말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파.”

“에?”

“아, 파… 괴, 로워…”

“…검은토끼…”

(…검은토끼의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심한 상처를 입어도, 죽지 못한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괴로워, 아파… 이제, 죽고 싶어… 제발, 죽여, 줘…”

“읏… 미안… 미안해, 검은토끼…”

“…줘.”

“에?”

“먹게, 해줘…”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나에게 말했다. 나를 먹으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고)

(조금이라도 검은토끼의 아픔을 덜 수 있다면…)

“응, 먹어도 돼, 검은토끼. 내가… 먹여 줄 테니까.”

“…우…음…으음.”

“…읏…”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심해져… 하지만, 먹을 때에는 조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걸까…)

“읏… 읏… 죽고… 싶어. 죽여… 줘…. 나는… 죽고 싶어.”

(분명 이제, 검은토끼는 제정신이 아니야)

(그러니까, 전에 킹이 말했던, 나를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해내서…)

(괴로워도… 필사적으로 나를 먹으려 하는건지도 몰라)

(…나는 검은토끼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없는데)

“응… 좀 더… 좀 더 먹으면 나는… 죽을 수… 있어.”

(…미안, 미안해, 검은토끼…)

(나에게는 검은토끼를 여기서 꺼내 줄 힘도, 킹에게서 구해줄 수 있는 힘도… 죽여줄 힘조차도 없어…)

“…죽고 …싶… 으음, 음.”

(이렇게 먹게 해주어도, 아무 의미도 없어… 알고 있는데도)

“읏, 하, 하아…”

(…가슴이 아파, 아파. 나도,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

“…빨리, 죽고 싶,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