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검은토끼(15)
“…쿨…쿨…”
(…잘 자고 있네, 검은토끼. 최근에는 굉장히 평온한 얼굴로 자게 됐어.)
(하지만… 해결은 되지 않았네. 검은토끼에게 걸린 저주는 아직 풀리지 않았는 걸)
(저주를 건 장본인인 킹이라면, 분명 푸는 방법을 알고 있겠지만, 가르쳐 줄리는 없지…)
(…? 누구지. 검은토끼는…)
“…쿨…쿨…”
(…깨우면 미안하지. 남의 집이긴 하지만, 나가 보자)
“아, 네. 지금 열게요.”
“…으응… 어이, 아스카… 나가…”
“…어이…?”
“…어라, 없네… 뭐야, 이 녀석… 어디 간거야.”
“아아 정말, 시끄럽네. 누구야? 지금 가니까 기다려! 정말…”
“누구야, 대체. 아스카도 없고, 불안하게-.”
“안녕, 검은토끼.”
“킹…!? 어째서 네가…”
“상태를 보러 온거야. 너, 앨리스를 먹은 거지? 어때, 죽을 수 있었나?”
“…보면 알 거 아냐. 공교롭게도 아직 팔팔해.”
“아하하핫, 그렇겠지! 왜냐하면 앨리스를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니까!”
“흥, 그 정도는 벌써 알고 있었다고. 그런 시시한 일을 말하러 일부러 온 거야? 왕도 한가하네.”
“…변함 없이 건방진 말을 하는 토끼군.”
“있지… 검은토끼? 너, 죽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는 거였지?”
“…그렇다면?”
“너한테 걸었던 그 저주… 풀어 주어도 좋아. 어떤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이지만.”
“조건…? 핫, 어차피 별 것도 아닌 거겠지? 아니면 네가 그런 걸 말 할리가 없어.”
“들을 생각 없는거야? 저주를 풀지 않아도 좋다는 거?”
“…어쩔 수 없으니까, 들어주지.”
“훗… 그렇지. 그야 너는 죽고 싶어하는 검은토끼니까.”
“조건은… 앨리스다.”
“…하…?”
“앨리스를 내 것으로 하는 대신에, 너의 저주를 풀어주지.”
“…뭐라고 하는 거야, 너.”
“지금, 아스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 성이야.”
“하아!?”
“해질녘쯤인가. 가로채 버렸지. 그대로 성에 데려 가서, 지금은 지하감옥에 있어.”
“…무슨 생각이야.”
“그러니까 말 했잖아. 앨리스를 내 것으로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일단, 네 것이 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양보하라는 거야.”
“…의미를 모르겠네. 어째서 일부러 그런 걸 나에게 말하러 온 거야?”
“이미 가로챈 후라면, 누구의 것이라도 마음대로 자기의 것으로 하는게 너잖아. …제멋대로인 킹.”
“그래도 되는 거였지만… 그렇지만 난 말야, 좋아한다고. 남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는 게…”
“…그렇군, 알겠어. 이건 단순한 괴롭힘이란거지. 정말 한가하구나, 너.”
“닥쳐, 멍청한 백성주제에.”
“봐, 나쁜 얘기가 아니잖아? 네가 앨리스를 나에게 넘긴다고 말하면, 저주는 풀리고... 너는 정식으로 자유의 몸이 되는거야.”
“…선택하라는 건가? 아스카를 택할지, 자신의 소망을 택할지.”
“이해가 빨라서 좋네.”
“생각하는 시간으로 오늘 하룻밤울 주지. 마음을 정하면 성으로 와라.”
“너의 선택을 기대하고 있지, 검은토끼.”
“…뭐야, 그게.”
“뭐 하는 거야. 그 녀석은… 저런 멍청한 킹에게, 붙잡혀버리고…!”
“…아스카인가, 저주인가라고…? 그런 건…”
“…”
“…어느, 쪽이지?”
“나는… 줄곧 죽고 싶다고 생각해 왔어. 저주가 풀린다면, 그건 이뤄져.”
“하지만… 그 쪽을 선택한다면, 그 때에는, 아스카는 거기에 없어.”
“아니, 없어도 문제는 없지…? 그야 죽는다면, 지금까지처럼 짜증이 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짜증을 누르기 위해서 저 녀석을 먹을 필요도 없어져.”
“게다가… 저주가 풀려 죽게 된다면, 어차피 저 녀석과는 함께 있을 수 없어.”
“그렇다면, 그녀석을 선택할 이유 따위 없어. 곤란한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까…”
“…”
(…지금, 몇시지)
(설마, 이렇게 되다니… 킹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검은토끼 녀석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거래…?”
“그래. 너를 나한테 건네면, 대신 저주를 풀어준다고.”
“…! 뭐야 그게!?”
“아하핫, 지금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거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지는군.”
“뭘 위해시 그런 일을…!?”
“즐거움을 위해서야. 그 밖에 뭔가 이유가 있나?”
“여기는 내 나라라고? 내 놀이터야. 내가 나의 장난감으로 노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지?”
“읏… 믿을 수 없어…!”
“후훗... 너의 화난 얼굴도 볼 수 있고, 좋은 일 뿐이군.”
“검은토끼에게 준 유예는 하룻밤 뿐이다. 이 밤이 지나면… 너는 내 것이 되지.”
“왕인 내가 물려 받는다는 건 화나지만… 너는 앨리스니까. 그건 참고… 귀여워 해주지.”
(…벌써 밤은 지났으려나)
(…대답이라면, 듣지 않아도 알아. 그렇지만, 검은토끼는 그렇게나 저주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었는 걸)
(나와 비교할 것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