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ALICE 번역/검은토끼(13)
어떻게 하지?
→ 휴식을 한다 선택
“그러면, 오늘은 어디부터 청소를 시작할까나… 일단은 현관부터―.”
“어이, 아스카.”
“검은토끼, 무슨 일이야?”
“오늘은 휴식이야.”
“에?”
“청소도 뭐도 안 해도 돼.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니까.”
“그런 날이 있어?”
“있어. 방금 정했거든.”
“그것 참 변덕스럽네…”
“꺗!”
“왜 너는 그렇게 바로 나한테 말대답을 하는거야.”
“집주인인 내가 됐다고 하잖아.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알았어?”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금 떨어져…”
“정말, 너는 진짜 굼뜨다니까.”
“또 그런 말 하네…”
“잡무를 하지 않는 대신에, 오늘은 내 상대를 해줘야 겠어.”
“상대라니… 게임이라도 하는거야?”
“게임 따위일리 없잖아. 나는 그런 시간 낭비는 정말 싫어.”
“그럼 뭘 하는데?”
“뭐라니… 그건… 그, 같이 차를 마신다거나,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건 즉, 오늘 하루는 같이 보내준단 거야?”
“뭐, 뭐야.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으응, 아니야! …오히려 기뻐.”
“검은토끼가 나를 불러주는 건 대부분 식사할 때 뿐이었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 먹혀지고 싶은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유혹되는 기분이 드는데.”
“그런 게 아니라! 검은토끼랑 평범하게 보낼 수 있다면 기쁘다는 거야.”
“…그, 그런가. 그러면 문제 없네.”
“아, 그럼 나, 차를 끓일게.”
“기다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내가 끓여 올게.”
“엣!?”
“너는 거기 앉아서 기다려. 알았지, 아무 것도 하지마! 알았지!”
(…그 검은토끼가, 자기가 스스로 차를 끓이러 가주다니…)
“자, 끓여 왔어. 식기 전에 마셔.”
“고마워.”
“우유 있나? 아, 설탕은? 꿀도 분명히… 어디 있었는데. 아, 딸기 잼도 맛있어!”
“다른 건? 쿠키라던가 단 것좀 가져 올까?”
“으응, 괜찮아. 홍차로 충분해.”
“그래…? …홍자, 맛있어?”
“응, 맛있어.”
“그렇구나…”
(…검은토끼, 어떻게 된거지? 뭔가 안절부절 못 하는 것 같은데…)
“채… 책이라던가 가져 올까? 아니, 그래도 그러면 같이 있는 의미가…”
(…앗, 그런가! 검은토끼는 지금까지 친했던 사람이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함께 있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구나…)
“후훗…”
“앗! 방금 너 웃었지!? 뭐, 뭐야.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라고.”
“미, 미안. 하지만, 그렇게 신경 써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 그런가…?”
“응. 검은토끼도 앉아. 같이 차 마시자.”
“그런가, 알았어… 아니, 기다려.”
“왜 그래?”
“너, 내 무릎 위에 앉아.”
“…에? 어, 어째서…?”
“그 편이 말하기 편하잖아? …가깝기도 하고.”
“됐으니까, 자! 빨리!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는 말했지만, 집주인이 나라는건 변함 없잖아.”
“그건 알고 있지만… 정말 안 앉으면 안돼?”
“안돼.”
“우우… 알았어.”
(가, 가깝고 너무 부끄러워… 검은토끼는 역시…)
“응… 역시 이 편이 딱 좋네. 진정돼.”
(난 전혀 진정되지 않아…!)
“킁킁… 네 머리카락, 왠지 엄청 좋은 냄새가 나.”
“읏…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잠깐 냄새 맡는 것 뿐이잖아. 날뛰지 마. 떨어진다.”
“하지만…”
(안 그래도 부끄러운데…)
“…알았어, 이제 안할 테니까. 대신, 여기에 있어야 돼?”
(그런 식으로 뒤에서 껴안으면, 아무데도 못 가…)
“…이래선 얼굴이 안보이네. 아스카, 이쪽 봐.”
“엣!?”
(그, 그런건 더 부끄럽다고…!)
“빨리… 내 쪽을 봐.”
(…검은토끼, 말하기 시작하면 내가 할 때까지 절대로 허락해주지 않지…)
(할 수밖에 없나…)
“이, 이러면 돼?”
“응…”
“…응, 이 편이 더 좋네. 얼굴도 잘 보이고.”
(가까이에 검은토끼의 얼굴이… 응?)
“검은토끼는… 귀는 아직 흰색이네.”
“귀뿐이야. 하지만… 너의 귀도 흰색이지? …응…”
“읏…!”
“니시싯, 흰색에서 빨간색이 됐다… 좀 더 빨갛게 해줄까?”
“정말, 뭘 말하는거야!”
“아하하핫, 츄… 아아, 뺨도 새빨개. 음…”
“으읏…”
“입술도 부드럽고… 달아. 먹고 있을 때 처럼… 달아… 음, 응…”
(키스랑, 부끄러움 때문에 어질어질해…)
“니시싯… 너의 얼굴, 새빨간데. 좋은 색이지?”
“나도 멈출 수 없게 됐어… 좀 더 좀 더, 물들여줄게…”